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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인간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으면서 재미있는 트렌드를 발견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세 번째 트렌드로 제시한 육각형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육각형 인간을 읽으면서 옛 속담 하나가 생각났다. 바로 열 가지 재주 가진 놈이 밥 굶는다는 말이다.

  이 말은 이것저것 잔재주를 많이 가진 사람은 밥을 굶는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한가지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여러 가지 어설픈 재주를 가진 것보다 낫다는 말이 된다.

  옛날에는 한가지 기술만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밥은 굶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떨까? 요즘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기술만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가 내 기술을 가지고 내 공장을 하거나 내 사업을 할 경우의 이야기다. 자영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직장생활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갈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AIchatGPT니 해서 로봇과 공장 자동화가 점점 더 기술 현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 현장에는 점점 사람이 사라지고 자동화 설비에 따른 로봇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그러한 현상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결코 한가지 재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등장한 육각형 인간이라는 트렌드는 눈여겨 볼만한 것이다. 육각형 인간은 소셜미디어 같은 데서 여러 형태로 종종 쓰인다는 육각형 아이돌, 육각형 운동선수, 육각형 여자, 육각형 남자 등등.

  어떤 대상의 특징을 드러내는 여섯 개 축의 그래프에서 각 기준 축이 모두 꽉 찬 상태를 완벽한 상태로 생각한다. 이것이 완벽한 육각형 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돌이라면 노래··연기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에 외모·인성·집안도 좋아야 한다는 식이다.

  과연 이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찾을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따르면 소위 MZ 세대가 육각형 인간을 논하는 양상은 달성하기 힘든 기준을 제시해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요소보다 외모·집안 등 타고 나야 하는 요소를 더 높게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개천에서 용났다는 식의 자수성가형 부자보다 금수저로 태어난 부자를 선망하고, 고진감래의 서사 대신 환생·빙의 등의 서사를 선호하는 것도 언급된다.

  이러한 배경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약화된 것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남과의 비교가 너무 쉬워진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래서 육각형 인간은 완벽한 인간을 추구하는 열정과 긍정의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좌절의 표현이자, 일종의 놀이로 비하 되기도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육각형 인간의 다른 의미를 찾아보았으면 한다.

  나는 소위 말하는 열 가지 재주를 가지고 밥 굶는 놈과에 속한다. 한 가지 진득하니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탐구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름 얼리어답터라는 말로 위로를 삼기도 한다.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을 접하면서 누구나 육각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스로 육각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위의 기준대로라면 죽어도 육각형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과연 금수저로 태어나서 인물도 수준급에다 인성도 좋고, 하는 일도 승승장구에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자기 나름의 육각형을 만들면 누구나 육각형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출판에서의 육각형 인간 기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출판기획을 하고, 직접 원고를 쓰고, 편집디자인을 한다. 그리고 교정교열을 하고, 제작과정에 참여하고 마케팅 기획을 한다. 다시 말해서 출판의 A부터 Z까지 전체를 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 공정을 직접 다 한다는 것은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각각의 전문가에게 일을 맡긴다.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일은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한 공정이 펑크가 나면 대신해서 일을 진행 시켜 차질이 없게 할 수는 있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일을 하면서도 또 다른 것이 없을까? 한눈을 잘 파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보드게임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 되어 있다. 물론 보드게임도 A부터 Z까지 전체를 다 진행하여 마무리한다. 어떠한 보드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나를 만나게 되면 완성된 보드게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육각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그렇다고 육각형 인간이 아닌 사람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육각형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육각형 인간의 기준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자기 스스로, 잘하는 6가지를 찾아보았으면 한다. 내 기준의 육각형 인간은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하는 육각형 인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비뚤어지고 뒤틀린 나무도 어딘가에는 그 쓰임새가 있다. 스스로 쓰임새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 나의 쓰임새를 찾아 제대로 사용해줄 것이다

  나의 특징을 찾아내고 나만의 육각형 인간이 되기를 ~~